오늘은 부동산 매물을 보러 가는 날이다. 독립을 하겠다는 꿈을 안고 나왔지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곤 옥탑방, 반지하, 혹은 비좁은 원룸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올해로 옥탑방살이 3년째. 순수미술로 취업은 어렵고, 그렇다고 그림을 포기하기는 싫고, 비좁은 옥탑방에서라도 그림 연습을 계속 이어간다. 하지만 옥탑방의 좁은 공간과 그림을 보관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습도 때문에 공들여 준비한 작품마저 곰팡이에 물들게 되고, “잘 찾아보면 가격 괜찮은 좋은 매물이 있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이 지긋지긋한 옥탑방을 떠날 결심을 한다. 부동산 타짜들의 현란한 말솜씨에 당하지 않기 위해, 희주는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친구 경희와 함께 부동산을 찾아간다.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둘러보지만, 살만한 곳은 없다. 그렇게 만족할 만한 집을 찾지 하고, 없는 처지에 너무 까탈스러운 거 아니냐는 경희와 말다툼까지 한 희주는 결국 다시 옥탑방으로 돌아온다. 현실은 피할 수 없고, 바꿀 수 있는 건 사고방식뿐. 집에 해가 들지 않으면 해를 만들겠다는 해탈한 상태로,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기괴한 방식으로 옥탑방 생활을 다시 이어 나간다.